[ 내 용 ]
얀 슈반크마이에르에 이어 초현실주의 애니메이션의 계보를 창조적으로 잇고 있는 이지 바르타 감독의 포스트모던 인형 애니메이션. 원작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중세 유럽의 전설 '하메룬의 피리부는 사나이'이다. 그러나 체코 특유의 인형미술과 뜻밖의 스토리 전개로 이 영화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오늘날 특별한 동시대적 의미를 성취하고 있다. 이 인형 애니메이션 영화는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흔히 들어온 중세 유럽의 이상한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감독은 <쾌락의 공범자들>의 감독 얀 슈반크마이에르에 이어 체코 특유의 밀교적 초현실주의를 독자적인 감각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육화시켜 온 이지 바르타. 그는 주로 전설이라든가 민담과 같은 오래된 이야기들의 탈구축을 통해 인류의 지난 역사와 현실 사회를 색다른 시각에서 그려내는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하메룬의 계약>도 그 중 하나. 그러므로 이 애니메이션 영화가 원전을 종전과 같은 화법과 영상으로 재현하리라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20세기초 미래파에서 인용된 듯한 역동적이면서도 퇴폐적인 이미지를 기반으로 기독교의 메시아 신화, 그리고 소돔과 고모라의 신화까지 교착하고 있는 <하메룬의 계약>에서 우리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의 기로에 서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