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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설명 · Product Details
[DVD] 카를로스(3disc)- Carlos
감독 : 올리비에 아사야스
출연 : 에드가 라미레즈, 알렉산더 쉬어
제품사양
언어 : 영어
언어 : 영어
자막 : 한국어, 영어
오디오 : DD 5.1
화면비율 : 16:9 Widescreen
화면비율 : 16:9 Widescreen
상영시간 : 330분
지역코드 : 0. NTSC
관람등급 : 15세이용가
관람등급 : 15세이용가
1970년대 암약했던 베네수엘라 출신 희대의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더 재칼. 냉전시절 공산주의 조직과 아랍민족주의단체 등과 연계해 대형 암살, 테러사건을 일으켰고, 특히 1975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빈 본부 폭파테러로 악명을 떨쳤으며 1994년 수단에서 체포돼 프랑스에서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3부작 영화로 프랑스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5시간짜리 극장판이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상영됐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수많은 작품들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겠지만, <카를로스>만큼 궁금하면서도 섣불리 선택하기 꺼려지는 작품도 드물 것이다. 지프의 ‘불면의 밤’ 중에서는 유일하게 단일 작품인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카를로스>는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6시간에 이르는 기나긴 상영시간을 자랑한다. TV영화로 방영된 형식을 그대로 차용했거나, 혹은 극장 상영을 위해 3부로 나눴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파트의 나뉨이 음악과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끊겨있기 때문에 굳이 이견을 제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미국배우조합상이나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으로 분류된 것을 보면 ‘TV영화’라는 타이틀로서 알려지는 것이 당연한 듯 하지만, 관람을 마친 결과, 확실히 극장에서도 두고 볼만한 작품임에도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다.
<카를로스>는 1970년대 냉전시절부터 활약해온 희대의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더 재칼’가 1994년 수단에서 체포되기 전까지의 일대기를 담아낸 영화다. 매체들이 이 영화를 소개하면서 ‘괴물같은’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편집자나 글쓴이에 따라서 그 이유는 제각기 다를 수도 있겠으나, 본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는 영화 정보란의 시놉시스 만으로는 영화의 내용을 온전히 축약하여 설명하는 것이 무리일 정도로 방대한 분량의 일대기가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카를로스의 일대기뿐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중동 중심의 범국제적 무장 혁명 운동사에 대한 과정도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70, 80년대 냉전시기에 벌어진 역사적 사실들에 해박한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훨씬 쏠쏠할 것이다.
또한, 영화화를 위해 각색이 됐다고 하더라도,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들은 거의 대부분이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되는데, 상영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이름들이 쏟아진다. 모든 사람들을 다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그만큼 기록된 사실들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영화 중간중간에는 실제 뉴스에 사용되는 포맷의 영상이 자주 삽입되는데 실제 촬영된 뉴스 영상을 많이 사용하였다. 혹은 배우들을 기용해 실제 뉴스와 같은 상황을 연출하여 삽입하기도 하는데 그 정교함이 실제 뉴스와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실존 인물의 얼굴이나 영화 속 배우들의 프로필을 모른다면 구분하기 어렵다.
이 영화가 가장 공들여서 설계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주인공 카를로스의 캐릭터 구축이다. 주인공 카를로스라는 캐릭터는 시대적 상황과 배경을 고려하고, 그 때마다 인질극을 포함해 수없이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주의 투쟁전사로서의 신념이 절절하게 배어있으며 배짱과 야심이 넘치는 말투와 행동은 물론이다. 이러한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에드가 라미레즈가 실로 놀랍기만 하다(급격한 체중조절도 이 배역을 해내기 위한 필수 사항 이었다).
PART1. 국제사회주의 운동에 뛰어든 젊고 대담한 운동가, 카를로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가운데 가장 과격한 극좌파 무장조직 ‘검은 구월단’에서 활동한 베네수엘라출신 운동가 카를로스(본명이 따로 있으나 투쟁을 시작하면서 거의 사용하지 않음)는 젊지만 대담하고, 두뇌회전이 빠르며, 냉철하기까지 한, 실행능력이 매우 뛰어난 투쟁 운동가다. 그는 소소한 시위활동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 국제사회주의연합운동을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무장 투쟁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팔레스타인 인민 해방 운동 조직의 큰 거물이 하다드 밑으로 들어간 뒤, 능력을 인정받고 신임을 얻게 된다.
프랑스에서 암약하며 활동하던 도중, 동료 앙드레가 출입국 절차에서 걸리게 되고, 프랑스 정보기관 DST(국토감시국)의 추궁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간에 신분노출이 되지 않았던 카를로스의 정체가 처음 정보기관에 누설이 된다. 신분확인을 확실히 하기 위해 앙드레를 추궁하여 카를로스가 기거하고 있는 주소를 알아내고, DST는 확인 차원에서 무기 없이 주소지로 찾아간다. DST가 집에 찾아온 상황에서도 침착하던 카를로스는 동료 앙드레가 눈앞에서 자신을 카를로스로 지목하며 밀고하는 것을 보게 된다. 격분한 카를로스는 DST와 앙드레를 포함해 4명을 순식간에 총으로 쓰고 도주한다. 이로서 그는 처음으로 언론에 ‘카를로스’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파트1은 20대 카를로스가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ELP)운동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개가를 올리기 시작하던 시절을 담고 있다. <카를로스>는 파트별로 띄는 분위기가 확실히 차별이 되어 있다. 이것은 카를로스의 일대기별 활동이 지니는 양상, 속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파트 1은 젊고, 극렬한 무장 투쟁가로서 활발히 임무를 수행하던 시절을 담고 있기 때문에 빠른 편집이 주를 이루면서 굉장히 스피디한 영상으로 전개된다. 러닝타임이 100분을 훌쩍 넘기지만, 실제 체감시간은 훨씬 짧게 느껴진다. 장르로 본다면 액션 스릴러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캐릭터로 볼 때 이 시기의 카를로스는 맑스를 비롯한 다양한 이론을 습득하면서 사상적으로 단단히 무장되었으며, 대체로 소소하지만 자주 벌어지는 폭탄 테러나 같은 진영 운동가들의 신변을 확보하는 등의 동적인 활동이 있었을 시기이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서라면 과격한 방식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극렬하지만, 사상적으로 가장 순수함이 살아있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넘치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임무에 대한 상황 판단이 빠른 편이다. 이러한 성향은 후에 카를로스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보스 하다드와의 관계에 생길 균열의 씨앗이 되는 데, 이것이 처음 드러나게 되는 순간이 바로 앙드레와 DST를 자의적 판단하에 살해한 사건이다. 카를로스는 배신자는 처단해야 한다는 자신의 확고한 원칙에서 행동한 것이지만, 보스인 하다드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명령체계를 벗어나는 행위로 보인 것이다. 보스의 질책에도 카를로스는 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는데, 여기서 카를로스의 제왕적 리더 기질이 서서히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 것이다.
PART2. OPEC정상 인질극의 주도자 카를로스, 세간의 주목을 받다
내용상으로는 파트 1에서부터 OPEC 정상회의 테러 계획이 등장하지만, 실질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파트 2에서 시작된다. 팔레스타인 해방전선과 우호적 정권인 후세인의 전쟁준비 자금을 위해서 하다드 조직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OPEC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정상급 관료들을 인질로 삼는 것으로 가장하여, 사우디 석유장관 야마니와 아부제가르 박사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DST사건으로 한동안 은둔하며 몸이 불어버린 카를로스는 하다드의 명에 따라 부하 칼리드와 함께 자체 훈련소에서 몸을 만들고, 계획에 착수할 동료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여기서 모이게 되는 주요 조직원들은 실제로도 존재하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산유국 정상급 각료들간의 모임인 OPEC정상회의인 만큼 하다드 조직으로서는 굉장히 위험하면서도 중요한 계획 인만큼, 하다드는 카를로스가 이 계획을 총괄하도록 지시하게 된다. 동료인 독일 혁명 운동가 출신의 안지의 부상과 장악도중에 저항하던 리비아 대표를 살해한 것을 제외하고는 OPEC회의장을 점거하는 데 성공한다. 계획상으로는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인질석방 및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DC8비행기 제공하여, 알제리를 경유하여 바그다드로 무사히 탈출 및 석유장관, 박사 살해를 달성하여야 한다.
그러나, 장악도중에 리비아 대표가 살해되면서 리비아 정부 수장인 카다피의 노여움을 사게 되면서 일에 바그다드로의 탈출에 난항이 생긴다. 게다가 알제리 정부가 사우디 정부와 거액의 현금거래를 하게 되면서, 사우디 석유장관과 박사도 다른 인질들과 함께 석방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국, 오스트리아 측과 알제리 측과의 협상을 통해 카를로스는 조직의 미래를 위한 일보 후퇴와 자금확보를 위해 2천만 달러 자금 제공 및 인질석방이라는 조건을 받아들이게 된다. 국제적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카를로스는 국제적인 관심을 끄는 인물로서 세간에 회자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임무 완수에 실패한 카를로스는 결국 하다드에 의해 조직으로부터 방출된다. 그러나, 카를로스는 이를 기점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한 해방운동 조직을 결성하게 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기 조직 내에서 문서 위조를 하는 조직원이며, 독일혁명분파 출신이자, 자신의 아내가 되는 여자, 막달레나 코프를 만나게 된다.
파트 2는 협상극을 기반으로 한 범죄 영화와 같은 분위기 안에서 진행된다. 물론, 파트 초반에 OPEC회의장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총격씬은 예외적으로 파트 1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카를로스가 OPEC회의장을 점거한 이후 주요 각국 고위 관료들과 담판을 짓고 협상하는 모습은 상당히 베테랑 운동가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OPEC회의장에서 드러나는 카를로스의 모습은 영화의 모든 시퀀스를 통틀어서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점거하는 과정에서 총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모습에서는 무기 전문가로서의 연륜이, 수많은 각료들 앞에서 국제 사회주의연합 운동가로서의 신념이 담긴 선언이 듬뿍 담긴 연설을 하는 순간에는 대중운동가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확고한 신념과 뛰어난 달변의 경지를 보여준다.
OPEC 계획은 실패로 끝났지만, 카를로스의 혁명 활동 일대기를 놓고 볼 때, 상승 곡선의 방점을 찍은 시기이며, 그와 동시에 자신의 혁명 운동 양상의 전환점이 된다. 그의 혁명운동 일대기 중에서 가장 긴박하고 위험했지만, 그의 능력이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되었으며, 동시에 신념을 지닌 사람으로서 조직의 운명과 임무완수 사이에서 엄청난 고뇌를 하며 선택을 해야 했던 순간이기도 하다. 이는 무장 혁명 운동가로서 스스로를 평가할 때 가장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때인 것이다.
또한 이 시기를 통해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카를로스가 언론으로 대표되는 ‘세상의 관심’, ‘권력’, 그리고 ‘돈’에 눈이 트였다는 것이다. 자의적인 판단에 의거하였지만, 애당초 협상의 목적은 분명 조직의 안위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조직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카를로스는 다른 극렬한 성향의 조직원인 나디를 포함한 대부분의 조직원처럼, 임무 실패를 하느니 죽음을 선택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OPEC회의장의 국제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협박, 협상, 연설들을 진행하는 동안 본격적인 국제적 무장 투쟁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수단과 방법론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PART3. 반 자본 투쟁가, 자본에 잠식당하며 흥망성쇠의 끝을 향하다
하다드로부터 독립한 카를로스는 1970년대 후반 들어 본격적으로 자신의 혁명운동조직을 꾸렸고, PELP에 동조하고 지원하는 큰 세력들과의 접촉과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하여 국제적인 무장 혁명 투쟁을 위해 유럽 전역 곳곳에 혁명 전초기지를 만들기 시작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카를로스는 과거의 보스이자 현 경쟁조직의 보스인 하다드 마저 건강악화로 쓰러지면서, 명실공히 초국가적 테러리스트 조직의 보스로서 날로 악명이 높아져 간다.
독립조직과 자신의 본 목적은 억압받는 팔레스타인 민중을 해방하기 위한 맑시스트적 투쟁이지만, 카를로스의 조직 활동은 명목상으로는 무장 혁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형태는 점점 자금을 따라 움직이는 무기 중개업자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아내가 된 막달레나는 점점 카를로스의 관심에서 멀어져만 가고, 창녀들과의 잦은 외도까지 벌이는 등의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큰 액수를 받고 의뢰 받은 사다드 대통령 암살 계획이 다른 이슬람 조직의 선수로 무산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이와 함께 수많은 테러활동으로 프랑스 정부의 체포대상이 되고, 카를로스의 목에는 거액의 현상금까지 걸리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아내 막달레나와 다른 조직원이 폭탄 테러를 수행하던 도중, 체포되면서 감옥에 수감되고 만다.
조직 안팎으로 위기를 겪게 되는 카를로스에게 독일 통일과 소련 붕괴라는 엄청난 역사적 시련이 닥친다. 소비에트 정권과 미정권간의 극렬한 대립 속에서 버티고 있던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카를로스를 비롯한 그의 조직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이젠 그저 껄끄러운 위험인물이 되버린 카를로스는 자신을 보호해주던 시리아에서 마저 버림받고 쫓겨난다. 이집트를 여러 국가에서 그를 거부하다가, 수단의 지도자로부터 무기 매매 일을 의뢰 받게 되면서, 겨우 정착하게 된다. 꼬여가는 상황 속에서 카를로스는 젊은 치대생과 불륜에 빠지게 되고, 막달레나와 이혼을 하게 된다.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치대생과의 새로운 부부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 자신의 동료였던 알리가 카를로스를 프랑스에 넘기기 위한 거래를 하게 되고, 카를로스는 수단 경찰에 이끌려 프랑스행 비행기에 강제 탑승되며, 결국 재판장으로 향하게 된다.
파트 3는 갱스터 무비에서 보는 ‘보스의 최후’와 같은 상황을 향해 간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국제적 무장혁명운동을 펼치려 했던 시작과는 달리, 카를로스는 자본에 따라 움직이는 반자본 투쟁가가 되버렸다. 그토록 경멸하던 프티부르주아 차원을 넘어서서, 완전히 부르주아와 같은 삶을 살게 된다. 그의 부인 막달레나 역시도 카를로스 조직에 몸담으며 혁명에 몸바칠 것을 약속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카를로스 부부는 벤츠를 타고 파티장으로 달려가, 술로 흥청망청 대는 파티장에 들어간다. 그의 옛 혁명 동지는 무려 쿠바혁명 깃발이 새겨진 반지를 선물 받게 되는데, 마치 체 게바라가 자본주의 상품화 전략에 노출된 채 팔려나가는 모습이 오버랩 된다. 혁명을 위한 수단으로서 다뤘던 돈과 무기들이 사실상 목적으로 전이되어 가게 되면서, 카를로스의 혁명도 사실상 유명무실 해져가고 만 것이다.
조직의 보스로서 카를로스도 파트 2 OPEC 사건을 기점으로 조금씩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혁명 운동가로서의 야심과 함께 조직의 리더로서 우뚝 서길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지나친 독선으로 빠지게 되면서 아내 막달레나와의 정상적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갔다. 게다가 냉전이 끝난 후에도 자신에 대한 과신을 버리지 못하면서, 국제적 혁명 운동가로서의 자질마저 상실한 모습에 이르고 만다.
<스카페이스>나 <대부> 등과 같은 갱스터 무비 등이 보여주는 보스의 최후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카를로스의 시작은 분명 팔레스타인 대중 해방을 위해서 헌신했던 열렬한 운동가였다는 점에서 갱스터들과 구분된다. 그가 협상을 통해 돈을 취한 것도, 자신이 직접 우두머리가 된 것도 분명, 자신이 생각하는 국제 혁명 운동이 결실을 맺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타락으로 빠졌던 시기로 보이는 파트 3의 후반부에서도 카를로스 스스로는 자신이 여전히 맑시스트로서 민중 해방 투쟁에 복무하는 운동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계를 지배하고 잠식하고 있던 자본의 힘은 실로 무시무시 했으며, 권력의 속성은 그야말로 혁명 투사에게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였다. 웬만한 이들보다 사상적으로 중무장된 그가 이렇게 돈에 논리에 놀아나는, 무기 중개업의 테러리스트가 되었다는 사실을 볼 때, 자본의 유혹, 권력의 달콤함은 대중을 상대로 뜻을 펼치는 이들에게 더 없는 독약인 셈이다.
<카를로스>에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버티게 해준 사상 무장은 가히 놀라운 것이었지만, 더불어서 현 21세기 세계를 뒤덮고 있는 자본주의의 위력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가도 확인시켜주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을 위해 목숨을 내걸고 위험한 투쟁을 벌여오며, 자신이 언젠가는 반드시 암살당할 운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을 견지하고 살았던 카를로스의 인생. 장장 6시간에 걸쳐 표현된 <카를로스>는 극렬했던 역사와 테러리스트에 대한 매우 밀도 높은 일대기로서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상영됐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수많은 작품들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겠지만, <카를로스>만큼 궁금하면서도 섣불리 선택하기 꺼려지는 작품도 드물 것이다. 지프의 ‘불면의 밤’ 중에서는 유일하게 단일 작품인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카를로스>는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6시간에 이르는 기나긴 상영시간을 자랑한다. TV영화로 방영된 형식을 그대로 차용했거나, 혹은 극장 상영을 위해 3부로 나눴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파트의 나뉨이 음악과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끊겨있기 때문에 굳이 이견을 제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미국배우조합상이나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으로 분류된 것을 보면 ‘TV영화’라는 타이틀로서 알려지는 것이 당연한 듯 하지만, 관람을 마친 결과, 확실히 극장에서도 두고 볼만한 작품임에도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다.
<카를로스>는 1970년대 냉전시절부터 활약해온 희대의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더 재칼’가 1994년 수단에서 체포되기 전까지의 일대기를 담아낸 영화다. 매체들이 이 영화를 소개하면서 ‘괴물같은’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편집자나 글쓴이에 따라서 그 이유는 제각기 다를 수도 있겠으나, 본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는 영화 정보란의 시놉시스 만으로는 영화의 내용을 온전히 축약하여 설명하는 것이 무리일 정도로 방대한 분량의 일대기가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카를로스의 일대기뿐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중동 중심의 범국제적 무장 혁명 운동사에 대한 과정도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70, 80년대 냉전시기에 벌어진 역사적 사실들에 해박한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훨씬 쏠쏠할 것이다.
또한, 영화화를 위해 각색이 됐다고 하더라도,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들은 거의 대부분이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되는데, 상영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이름들이 쏟아진다. 모든 사람들을 다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그만큼 기록된 사실들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영화 중간중간에는 실제 뉴스에 사용되는 포맷의 영상이 자주 삽입되는데 실제 촬영된 뉴스 영상을 많이 사용하였다. 혹은 배우들을 기용해 실제 뉴스와 같은 상황을 연출하여 삽입하기도 하는데 그 정교함이 실제 뉴스와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실존 인물의 얼굴이나 영화 속 배우들의 프로필을 모른다면 구분하기 어렵다.
이 영화가 가장 공들여서 설계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주인공 카를로스의 캐릭터 구축이다. 주인공 카를로스라는 캐릭터는 시대적 상황과 배경을 고려하고, 그 때마다 인질극을 포함해 수없이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주의 투쟁전사로서의 신념이 절절하게 배어있으며 배짱과 야심이 넘치는 말투와 행동은 물론이다. 이러한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에드가 라미레즈가 실로 놀랍기만 하다(급격한 체중조절도 이 배역을 해내기 위한 필수 사항 이었다).
PART1. 국제사회주의 운동에 뛰어든 젊고 대담한 운동가, 카를로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가운데 가장 과격한 극좌파 무장조직 ‘검은 구월단’에서 활동한 베네수엘라출신 운동가 카를로스(본명이 따로 있으나 투쟁을 시작하면서 거의 사용하지 않음)는 젊지만 대담하고, 두뇌회전이 빠르며, 냉철하기까지 한, 실행능력이 매우 뛰어난 투쟁 운동가다. 그는 소소한 시위활동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 국제사회주의연합운동을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무장 투쟁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팔레스타인 인민 해방 운동 조직의 큰 거물이 하다드 밑으로 들어간 뒤, 능력을 인정받고 신임을 얻게 된다.
프랑스에서 암약하며 활동하던 도중, 동료 앙드레가 출입국 절차에서 걸리게 되고, 프랑스 정보기관 DST(국토감시국)의 추궁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간에 신분노출이 되지 않았던 카를로스의 정체가 처음 정보기관에 누설이 된다. 신분확인을 확실히 하기 위해 앙드레를 추궁하여 카를로스가 기거하고 있는 주소를 알아내고, DST는 확인 차원에서 무기 없이 주소지로 찾아간다. DST가 집에 찾아온 상황에서도 침착하던 카를로스는 동료 앙드레가 눈앞에서 자신을 카를로스로 지목하며 밀고하는 것을 보게 된다. 격분한 카를로스는 DST와 앙드레를 포함해 4명을 순식간에 총으로 쓰고 도주한다. 이로서 그는 처음으로 언론에 ‘카를로스’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파트1은 20대 카를로스가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ELP)운동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개가를 올리기 시작하던 시절을 담고 있다. <카를로스>는 파트별로 띄는 분위기가 확실히 차별이 되어 있다. 이것은 카를로스의 일대기별 활동이 지니는 양상, 속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파트 1은 젊고, 극렬한 무장 투쟁가로서 활발히 임무를 수행하던 시절을 담고 있기 때문에 빠른 편집이 주를 이루면서 굉장히 스피디한 영상으로 전개된다. 러닝타임이 100분을 훌쩍 넘기지만, 실제 체감시간은 훨씬 짧게 느껴진다. 장르로 본다면 액션 스릴러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캐릭터로 볼 때 이 시기의 카를로스는 맑스를 비롯한 다양한 이론을 습득하면서 사상적으로 단단히 무장되었으며, 대체로 소소하지만 자주 벌어지는 폭탄 테러나 같은 진영 운동가들의 신변을 확보하는 등의 동적인 활동이 있었을 시기이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서라면 과격한 방식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극렬하지만, 사상적으로 가장 순수함이 살아있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넘치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임무에 대한 상황 판단이 빠른 편이다. 이러한 성향은 후에 카를로스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보스 하다드와의 관계에 생길 균열의 씨앗이 되는 데, 이것이 처음 드러나게 되는 순간이 바로 앙드레와 DST를 자의적 판단하에 살해한 사건이다. 카를로스는 배신자는 처단해야 한다는 자신의 확고한 원칙에서 행동한 것이지만, 보스인 하다드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명령체계를 벗어나는 행위로 보인 것이다. 보스의 질책에도 카를로스는 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는데, 여기서 카를로스의 제왕적 리더 기질이 서서히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 것이다.
PART2. OPEC정상 인질극의 주도자 카를로스, 세간의 주목을 받다
내용상으로는 파트 1에서부터 OPEC 정상회의 테러 계획이 등장하지만, 실질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파트 2에서 시작된다. 팔레스타인 해방전선과 우호적 정권인 후세인의 전쟁준비 자금을 위해서 하다드 조직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OPEC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정상급 관료들을 인질로 삼는 것으로 가장하여, 사우디 석유장관 야마니와 아부제가르 박사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DST사건으로 한동안 은둔하며 몸이 불어버린 카를로스는 하다드의 명에 따라 부하 칼리드와 함께 자체 훈련소에서 몸을 만들고, 계획에 착수할 동료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여기서 모이게 되는 주요 조직원들은 실제로도 존재하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산유국 정상급 각료들간의 모임인 OPEC정상회의인 만큼 하다드 조직으로서는 굉장히 위험하면서도 중요한 계획 인만큼, 하다드는 카를로스가 이 계획을 총괄하도록 지시하게 된다. 동료인 독일 혁명 운동가 출신의 안지의 부상과 장악도중에 저항하던 리비아 대표를 살해한 것을 제외하고는 OPEC회의장을 점거하는 데 성공한다. 계획상으로는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인질석방 및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DC8비행기 제공하여, 알제리를 경유하여 바그다드로 무사히 탈출 및 석유장관, 박사 살해를 달성하여야 한다.
그러나, 장악도중에 리비아 대표가 살해되면서 리비아 정부 수장인 카다피의 노여움을 사게 되면서 일에 바그다드로의 탈출에 난항이 생긴다. 게다가 알제리 정부가 사우디 정부와 거액의 현금거래를 하게 되면서, 사우디 석유장관과 박사도 다른 인질들과 함께 석방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국, 오스트리아 측과 알제리 측과의 협상을 통해 카를로스는 조직의 미래를 위한 일보 후퇴와 자금확보를 위해 2천만 달러 자금 제공 및 인질석방이라는 조건을 받아들이게 된다. 국제적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카를로스는 국제적인 관심을 끄는 인물로서 세간에 회자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임무 완수에 실패한 카를로스는 결국 하다드에 의해 조직으로부터 방출된다. 그러나, 카를로스는 이를 기점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한 해방운동 조직을 결성하게 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기 조직 내에서 문서 위조를 하는 조직원이며, 독일혁명분파 출신이자, 자신의 아내가 되는 여자, 막달레나 코프를 만나게 된다.
파트 2는 협상극을 기반으로 한 범죄 영화와 같은 분위기 안에서 진행된다. 물론, 파트 초반에 OPEC회의장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총격씬은 예외적으로 파트 1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카를로스가 OPEC회의장을 점거한 이후 주요 각국 고위 관료들과 담판을 짓고 협상하는 모습은 상당히 베테랑 운동가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OPEC회의장에서 드러나는 카를로스의 모습은 영화의 모든 시퀀스를 통틀어서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점거하는 과정에서 총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모습에서는 무기 전문가로서의 연륜이, 수많은 각료들 앞에서 국제 사회주의연합 운동가로서의 신념이 담긴 선언이 듬뿍 담긴 연설을 하는 순간에는 대중운동가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확고한 신념과 뛰어난 달변의 경지를 보여준다.
OPEC 계획은 실패로 끝났지만, 카를로스의 혁명 활동 일대기를 놓고 볼 때, 상승 곡선의 방점을 찍은 시기이며, 그와 동시에 자신의 혁명 운동 양상의 전환점이 된다. 그의 혁명운동 일대기 중에서 가장 긴박하고 위험했지만, 그의 능력이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되었으며, 동시에 신념을 지닌 사람으로서 조직의 운명과 임무완수 사이에서 엄청난 고뇌를 하며 선택을 해야 했던 순간이기도 하다. 이는 무장 혁명 운동가로서 스스로를 평가할 때 가장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때인 것이다.
또한 이 시기를 통해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카를로스가 언론으로 대표되는 ‘세상의 관심’, ‘권력’, 그리고 ‘돈’에 눈이 트였다는 것이다. 자의적인 판단에 의거하였지만, 애당초 협상의 목적은 분명 조직의 안위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조직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카를로스는 다른 극렬한 성향의 조직원인 나디를 포함한 대부분의 조직원처럼, 임무 실패를 하느니 죽음을 선택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OPEC회의장의 국제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협박, 협상, 연설들을 진행하는 동안 본격적인 국제적 무장 투쟁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수단과 방법론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PART3. 반 자본 투쟁가, 자본에 잠식당하며 흥망성쇠의 끝을 향하다
하다드로부터 독립한 카를로스는 1970년대 후반 들어 본격적으로 자신의 혁명운동조직을 꾸렸고, PELP에 동조하고 지원하는 큰 세력들과의 접촉과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하여 국제적인 무장 혁명 투쟁을 위해 유럽 전역 곳곳에 혁명 전초기지를 만들기 시작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카를로스는 과거의 보스이자 현 경쟁조직의 보스인 하다드 마저 건강악화로 쓰러지면서, 명실공히 초국가적 테러리스트 조직의 보스로서 날로 악명이 높아져 간다.
독립조직과 자신의 본 목적은 억압받는 팔레스타인 민중을 해방하기 위한 맑시스트적 투쟁이지만, 카를로스의 조직 활동은 명목상으로는 무장 혁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형태는 점점 자금을 따라 움직이는 무기 중개업자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아내가 된 막달레나는 점점 카를로스의 관심에서 멀어져만 가고, 창녀들과의 잦은 외도까지 벌이는 등의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큰 액수를 받고 의뢰 받은 사다드 대통령 암살 계획이 다른 이슬람 조직의 선수로 무산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이와 함께 수많은 테러활동으로 프랑스 정부의 체포대상이 되고, 카를로스의 목에는 거액의 현상금까지 걸리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아내 막달레나와 다른 조직원이 폭탄 테러를 수행하던 도중, 체포되면서 감옥에 수감되고 만다.
조직 안팎으로 위기를 겪게 되는 카를로스에게 독일 통일과 소련 붕괴라는 엄청난 역사적 시련이 닥친다. 소비에트 정권과 미정권간의 극렬한 대립 속에서 버티고 있던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카를로스를 비롯한 그의 조직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이젠 그저 껄끄러운 위험인물이 되버린 카를로스는 자신을 보호해주던 시리아에서 마저 버림받고 쫓겨난다. 이집트를 여러 국가에서 그를 거부하다가, 수단의 지도자로부터 무기 매매 일을 의뢰 받게 되면서, 겨우 정착하게 된다. 꼬여가는 상황 속에서 카를로스는 젊은 치대생과 불륜에 빠지게 되고, 막달레나와 이혼을 하게 된다.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치대생과의 새로운 부부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 자신의 동료였던 알리가 카를로스를 프랑스에 넘기기 위한 거래를 하게 되고, 카를로스는 수단 경찰에 이끌려 프랑스행 비행기에 강제 탑승되며, 결국 재판장으로 향하게 된다.
파트 3는 갱스터 무비에서 보는 ‘보스의 최후’와 같은 상황을 향해 간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국제적 무장혁명운동을 펼치려 했던 시작과는 달리, 카를로스는 자본에 따라 움직이는 반자본 투쟁가가 되버렸다. 그토록 경멸하던 프티부르주아 차원을 넘어서서, 완전히 부르주아와 같은 삶을 살게 된다. 그의 부인 막달레나 역시도 카를로스 조직에 몸담으며 혁명에 몸바칠 것을 약속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카를로스 부부는 벤츠를 타고 파티장으로 달려가, 술로 흥청망청 대는 파티장에 들어간다. 그의 옛 혁명 동지는 무려 쿠바혁명 깃발이 새겨진 반지를 선물 받게 되는데, 마치 체 게바라가 자본주의 상품화 전략에 노출된 채 팔려나가는 모습이 오버랩 된다. 혁명을 위한 수단으로서 다뤘던 돈과 무기들이 사실상 목적으로 전이되어 가게 되면서, 카를로스의 혁명도 사실상 유명무실 해져가고 만 것이다.
조직의 보스로서 카를로스도 파트 2 OPEC 사건을 기점으로 조금씩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혁명 운동가로서의 야심과 함께 조직의 리더로서 우뚝 서길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지나친 독선으로 빠지게 되면서 아내 막달레나와의 정상적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갔다. 게다가 냉전이 끝난 후에도 자신에 대한 과신을 버리지 못하면서, 국제적 혁명 운동가로서의 자질마저 상실한 모습에 이르고 만다.
<스카페이스>나 <대부> 등과 같은 갱스터 무비 등이 보여주는 보스의 최후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카를로스의 시작은 분명 팔레스타인 대중 해방을 위해서 헌신했던 열렬한 운동가였다는 점에서 갱스터들과 구분된다. 그가 협상을 통해 돈을 취한 것도, 자신이 직접 우두머리가 된 것도 분명, 자신이 생각하는 국제 혁명 운동이 결실을 맺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타락으로 빠졌던 시기로 보이는 파트 3의 후반부에서도 카를로스 스스로는 자신이 여전히 맑시스트로서 민중 해방 투쟁에 복무하는 운동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계를 지배하고 잠식하고 있던 자본의 힘은 실로 무시무시 했으며, 권력의 속성은 그야말로 혁명 투사에게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였다. 웬만한 이들보다 사상적으로 중무장된 그가 이렇게 돈에 논리에 놀아나는, 무기 중개업의 테러리스트가 되었다는 사실을 볼 때, 자본의 유혹, 권력의 달콤함은 대중을 상대로 뜻을 펼치는 이들에게 더 없는 독약인 셈이다.
<카를로스>에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버티게 해준 사상 무장은 가히 놀라운 것이었지만, 더불어서 현 21세기 세계를 뒤덮고 있는 자본주의의 위력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가도 확인시켜주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을 위해 목숨을 내걸고 위험한 투쟁을 벌여오며, 자신이 언젠가는 반드시 암살당할 운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을 견지하고 살았던 카를로스의 인생. 장장 6시간에 걸쳐 표현된 <카를로스>는 극렬했던 역사와 테러리스트에 대한 매우 밀도 높은 일대기로서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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