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소에서 일하는 조나단(브루노 간츠 분)은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어 노스페라투 드라큘라 백작(클라우스 킨스키 분)의 성에 다녀올 것을 요청받는다. 정확한 체류일자를 알 수 없는 긴 여정일 뿐아니라, 아직까지도 귀신을 믿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펜실베니아 마을의 드라큐라 성. 며칠 전부터 알 수 없는 악몽과 불안에 시달린 아내 루시(이자벨 아자니 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나단은 드라큘라 백작의 성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 만나는 이들은 모두가 가지말 것을 권하고 여인숙 주인의 아내가 그에게 준 책에는 드라큘라 백작에 대한 온갖 으시시한 얘기들이 나온다. 그러나 그는 결국 그곳에 도착하여 백작에게 피를 빼앗기고 갇히는 몸이 된다. 한편, 드라큘라 백작은 흑해를 건너 조나단의 아내 루시가 살고 있는 마을에 침입하고 조나단 부부와 마을은 드라큘라 노스페라투의 저주와 그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는데.

[내 용 ]

베르너 헤어조크는 1970년대 ‘뉴저먼 시네마’ 작가 그룹의 ‘낭만주의적 이단아’라고 불려진다. 하지만 인간 사회에 대한 단호하고 격렬한 거부, 이를 극복해 나가는 주인공들의 묵시적이다 못해, 때로는 악마적이기까지 한 광기는 그의 작품들에 ‘낭만주의’ 보다는 차라리 ‘표현주의’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듯하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이 그는 독일 표현주의의 거장 무르나우가 1922년에 감독한 무성 영화에 대한 오마쥬로서 같은 제목의 <노스페라투>(1979)를 제작했다. 이 작품에서 도심의 거리를 뒤 덮은 수 백 마리의 회색 쥐들은 일상 안으로 파고드는 혐오스러운 불안과 공포를 묘사한다. 쥐 떼는 다른 영화에서 “온 세상이 해충으로 가득 찼어”라는 독일 군인의 푸념이나, 서로를 죽여서 쪼아 먹는 닭들, 난파한 뗏목을 어지럽히는 원숭이 떼, 여객선을 따라붙은 수천 마리의 하루살이들로 변주된다. 카프카가 <변신>에서 소구했던 벌레의 정체성 문제를 이것과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서 일련의 ‘떼’들은 비록 원주민이나 주변부 계급을 종종 상징한다 할지라도 감정 이입이나 연민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드라큐라 백작이 “죽음 보다 더 무서운 것은, 죽지 않고 늘 똑 같은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듯 많은 이들이 너무 익숙해져서 못 느끼고 있지만, 광인 취급 받는 한이 있더라도 주인공이 강력한 의지로 거부해야만 하는 역경을 표상한다.
요컨대 그의 작품의 비극성은 혼란과 나약함에 대한 혐오, 영웅적 개인의 엄청난 공격성과 이들에 채워진 족쇄의 역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감히 말하건대 그의 작품 세계는 종전 후 좌절된 파시즘의 자기애 적 통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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