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일본에서 유명한 수필가 우찌다 히아켄의 삶을 다루고 있다. 1943년, 전쟁중이던 일본의 한 학교(고등학교)에서 퇴직을 하는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감동을 받아 코를 푸는 장면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선생님이 교실에 담배연기가 자욱하자 자신도 수업종이 치면 담배가 그렇게 피고 싶어서 2,3개비를 피다가 매번 수업시간에 20분씩 늦는다고 농담을 한다. 한 아이가 오늘은 왜 일찍 왔냐며 묻자 선생님은 오늘은 자신의 선생으로서 마지막 수업이어서 일찍 왔다고 한다.
별거 아닌 장면일지 모르지만 난 이 첫 장면을 보고서 영화에 단번에 빠져들었다. 자연스럽고 유머러스한 상황과 대사 몇 마디로 아주 놀랍게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나의 설명을 들어선 모른다. 직접 장면을 봐야 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도 영화에서 대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물론 구로사와 같은 위대한 영화감독이 연출한 장면이니 소소한 대사 하나도 그냥 쓰고, 연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다다요' 아직 아니다란 뜻이란다. 술래잡기 할 때 숨었니? 물으면 아니 아직(마다다요)라고 하는 데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아주 단순한 영화이다. 인물들 간의 특별한 갈등이 하나도 없다. 실제 인물의 삶을 다룬 것이어서 극적이지는 않겠지만 전쟁과 동료들의 죽음 등을 겪은 우찌다의 삶속에서도 그런 극적일 수 있는 것들은 배제하고 이야기의 배경으로만 삼았다. 영화는 사실 우찌사 선생과 제자들의 대화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뺏을 만한 재미와 감동이 있다. 우찌다 선생의 집앞에 3층짜리 건물을 지으려는 사람 한 명 빼고는 단 한명의 나쁜 사람, 아역도 등장하지 않는 이런 착한영화에서 그런 몰입과 감동을 얻어내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일본 영화의 스승, 구로사와의 삶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았던 우찌다의 삶과 오버랩이 된다. 구로사와도 우찌다 같은 현인, 자연을 사랑하는 현인이 되고 싶었고 그렇게 되었기 때문에 이 '마다다요'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결국 인간, 아니 생명의 죽음과 나이 듦에 대한 영화이다. 자살을 하려고 집을 지을 때 심은 나무에 목을 메려고 하자 나무가 너무 얇아서 목을 못 메었는데 그 나무가 충분히 굵어졌어도 목을 안 메었다는 우찌다의 말에서 죽음이란 준비하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삶으로, 자연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죽을 준비가 되어있냐고 물으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마다다요' 아직 아니다 라고 말할 것이다.
그건 어린 아이나 80이 넘은 노인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구로사와도 '마다다요'라고 영화를 통해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들고 5년뒤 구로사와는 자신의 마지막 작품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구로사와는 죽기전에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