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영화에서 등장하는 '아나모포시스 (Anamorphosis)'는 왜상화법(歪像畵法)으로,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그림이 뒤틀려 보이거나 다른 모습으로 보이지만, 특별한 각도에서 보거나 곡면 거울에 비춰 보면 왜곡이 사라지고 정상적인 모습이 나타나도록 그림을 그리는 독특한 원근법을 의미한다. 영화에서 살인에 이런 회화 기법을 적용해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키고 있다. 영화에서 살인을 강조하고 충격을 주려고 독특하고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활용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처럼 특정 회화 기법을 의도적이고 정교하게 사용한 경우는 드물다.

또, 이런 회화적 기법이 직접적으로 주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수년 전 뉴욕을 혼란에 빠뜨렸던 '엉클 에디' 사건을 해결한 스탠 형사(윌렘 데포 분)는 일선에서 물러나 강의에 열중한다. 그러던 중 '엉클 에디' 사건과 흡사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다시 직접 수사에 착수하는데, 그로테스크한 형태로 저질러진 살인을 통해 범인으로부터 도전을 받는다. 친분이 있던 골동품 딜러 블레어(피터 스토메어 분)의 도움으로 범인의 살인에 아나모포시스 기법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 스탠 형사는 그를 쫓게 된다.

스탠 형사는 강의에서 추론을 절대 배제하고 현장에서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으라고 가르친다.
그는 진실(범인)을 쫓는 자로, 진실에 도달하려면 눈에 보이는 확증적인 것을 따라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평상시에도 계산대 위의 물건조차 크기와 모양에 맞게 정리하고 사건에 대한 정보, 심지어는 자신과 관련한 정보조차도 주변에 알리지 않을 만큼 정확하고 조심스러운 인물이다.그러나 극도로 엽기적인 살인 현장을 접하고 혼란에 빠진다.예술적 감각이 남다른 골동품 딜러 블레어는 직감적으로 그 살인이 무엇인가를 의미하고 있음을 알아차리지만, 스탠 형사는 살인은 살인일 뿐이라며 모방을 통한 재창조로서의 의미를 애써 부정한다. 아마도 그는 '엉클 에디' 사건에서의 자신의 실수를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실제로 그는 수시로 죄책감에 시달리며, 운전 중이나 근무 중에도 술을 마셔야 할 정도로 고통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시 범인은 '엉클 에디'의 모방범이며, 진실을 왜곡해 알림으로써 계속해서 스탠 형사에게 도전을 한다.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 했던 스탠 형사는 범인을 찾고자 왜곡되어 숨겨졌던 진실에 눈을 돌리게 되고, 끝내 범인에게 도달하게 되지만, 자신이 그의 마지막 작품의 일부가 된 채 죽는다.범인의 마지막 작품을 보면 DEAD라는 글자 위에 스탠 형사의 세 얼굴이 분열된 채 놓여 있는데, 그것은 죽음(평생 그가 대면했던 살인이라는 범죄. DEAD라는 글자는 엉클 에디의 상징이기도 하다.) 앞에 놓인 스탠 형사의 심정인 '분노, 고통(슬픔), 좌절'을 의미하는 듯하다.스탠은 범인이 쏜 총에 맞아 죽음을 맞게 되면서 그 감정을 직접 느끼게 된다.

스탠 형사가 자신의 고집 때문에 맞은 비극 앞에서 분노하고 고통받고 좌절하면서, 결국 범인의 예술이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