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 최초 정복을 아문센에게 빼앗긴 어니스트 섀클턴은 남극 대륙 횡단을 목표로 대원들을 모집한다. “위험천만한 여행에 참가할 사람 모집. 임금은 많지 않음. 혹독한 추위, 수개월 계속되는 칠흑 같은 어둠, 끊임없이 다가오는 위험, 게다가 무사 귀환이 의심스러운 여행임. 그러나 성공할 경우 명예와 인정을 받을 수 있음.” 5000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 섀클턴은 27명을 선발한다. 1914년 8월 드디어 그들을 태운 인듀어런스 호가 영국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출항 44일 만에 험난하기로 유명한 웨들 해를 항해하던 중 부빙에 갇혀 표류하고 만다. 그리고 탐험 시작 6개월 만에 인듀어런스 호 침몰······.
탐험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러나 여기가 끝은 아니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남극 횡단이 아니라 무사 귀환이다.”

섀클턴과 동료들은 인듀어런스 호 침몰지에서 2㎞ 떨어진 부빙에 캠프를 설치하고 구조를 기다린다. 그리고 계속 캠프를 옮겨서 세우다 얼음이 녹는 해빙기에 접어들자 안전한 섬으로 피신을 결정한다.그러나 섬까지의 거리는 약 100㎞,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구명보트 세 척뿐. 게다가 극한의 추위······.섬을 향한 험난한 항해 10일 후, 문명 세계에서 떠나온 지 497일 만에, 표류 170일 만에 엘리펀트 섬4)에 도착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배의 항로에서 한참 벗어난 곳, 배가 와도 댈 곳이 없고 보이는 생명체는 펭귄이 전부인 곳.

생존과 무사 귀환을 위한 고난은 계속됐다. 그러나 섀클턴은 가장 안 좋은 침상에서 자고 대원들에게 자신의 먹을 것을 나눠 주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엘리펀트 섬에 도착하고 며칠 후 “구조 요청을 위해 2000㎞ 떨어진 사우스 조지아 섬으로 출발합시다.” 작은 보트 한 척으로 시속 100㎞의 바람과 싸우며 20m 높이의 파도를 가르고 가야 한다. 도중엔 멈출 수 있는 섬조차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원들이 자원했다. 섀클턴은 표류 생활에 가장 불만이 많은 5명의 대원을 뽑아 섬을 떠났다.
남겨진 대원들이 서로를 도우며 생존할 수 있도록.

그리고 섀클턴이 보트에 올라 외친 마지막 명령 “우리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남은 사람들을 우리 손으로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 보트는 항해 20일 만에 사우스 조지아 섬에 도착한다. 그리고 사람이 있는 기지까지 가는 데 또 다시 9일이 걸렸다. 그사이 엘리펀트 섬에 남겨진 22명의 대원들
남아 있는 보트 2개로 움막을 만들고 하루 11마리의 펭귄을 잡아먹으며 대장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찾아오는 불안 “대장이 떠난 지 석 달이 지났다. 이곳에 와서 식량으로 펭귄 1300마리를 먹었다. 어쩌면 대장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편 1916년은 제1차 세계 대전이 치러지던 시기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전쟁으로 폐허가 됐다.

“지금 전쟁 중이라 남아 있는 배가 한 척도 없습니다.”
“당신네들만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오. 우리 대원들이 죽어가고 있단 말이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육지에 도착했지만 대다수 대원들의 모국인 영국마저도 구조선 지원을 거부했다.
1916년 5월 섀클턴은 드디어 구조선을 구해 엘리펀트 섬으로 향한다. 하지만 기상 악화로 무수히 길이 막혔다. 마침내 8월 30일 엘리펀트 섬으로 다가오는 한 척의 구조선.
칠레 정부가 급히 보내 준 군함 위에서 쌍안경을 보며 대원들의 숫자를 세는 섀클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무사한가?” 새클턴의 외침에 대원들이 대답한다. “네! 모두 무사합니다.”
탐험은 참담한 실패, 그러나 남극이라는 극한의 지역에서 조난 637일 동안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었던 위대한 항해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