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는 스물 한 살.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도시에서 도시로 떠돌아 다니며 틈틈이 자신이 만든 카드를 팔아 생계비를 번다. 낯선 도시 릴르로 친구를 찾아왔지만 친구는 벨기에로 이미 떠난 뒤 갈 곳 없는 그녀는 공장에 취직하고 그 곳에서 동갑내기 마리를 만난다. 그늘진 얼굴에 말이 없는 마리는 이자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지내는 것을 허락하지만 사실 그 아파트는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진 어느 모녀의 것. 혼수상태에 놓인 모녀가 죽기라도 하면 금방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갈 상황이다. 외향적이고 남을 보살피기 좋아하는 이자와 예민하고 연약한 마리. 외모도 성격도 정반대이지만 둘은 금세 친구가 된다. 일이 서툰 이자가 해고당하자 마리도 함께 직장을 그만 둔다.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배회하던 둘은 나이트 클럽 기도인 샤리와 후레도를 만나 함께 어울려 다니고 돈이 필요한 마리는 사랑하지도 않는 샤리와 함께 관계를 가진다. 이자는 다른 일을 찾아서 열심히 살아가지만 마리는 세상과 단절된 채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빠져든다. 어느날 마리는 나이트 클럽 주인인 크리스를 만난다. 매력적인 외모와 부를 겸비한 그에게 매료된 마리는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인 걸 알면서도 점점 집착하게 되고 그런 마리를 사랑하는 샤리는 묵묵히 옆에서 지켜만 볼 뿐이다. 이자는 안타까움과 걱정어린 마음으로 마리에게 충고하지만 오히려 둘은 크게 다투고 급기야는 이자가 집을 나가게 되는데.

제품소개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은 델마와 루이스 류의 남성중심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거친 저항은 없지만, 두 여성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드러내는 여성 버디 무비다. 이자 역의 엘로디 부세는 파트리스 라콩트 감독의 '탱고'에서 주연을 맡아 알려졌으며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자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그녀는 눈썹의 중간을 밀어서 상처를 만들었다. 그 상처는 이자의 말해지지 않는 과거의 아픔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마리 역의 나타샤 레니에는 '세이 예스'의 마지막 부분에 잠깐 등장한 매력있는 배우로서 이 영화의 성공으로 프랑스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오르고 있다.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은 화려한 감각적 컷트나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적 신도 없다. 하지만 삶의 불안한 이면을 훑어가는 감독의 주제의식과 주어진 역에 터질 듯 몰입하는 배우들의 숨막히는 연기, 완급을 탁월하게 조절한 리듬감있는 편집이 관객을 끌어당긴다. 핸드헬드 카메라와 슈퍼 16밀리로 촬영돼 버전업된 거친 입자의 필름은 불안한 그들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뚜렷한 극적 사건도 없지만, 이 세계 속으로 아직 들어오지 못하고 문 밖에서 서성대는 불안한 젊음의 방황과 좌절을 이만큼 뛰어나게 형상화한 작품도 많지 않다.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의 가장 큰 미덕은 과장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일상적 세계를 진실된 눈으로 바라보며 성찰하게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