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 완전한 정사!

명망있는 소설가 조르주 게렝. 그러나 그의 상상력은 이미 고갈돼버렸다. 집필 중인 원고를 완성시키지 못한 그는 아침마다 카페에 앉아 상상력을 짜내보지만 번번히 창작의 한계에 부딪힐 뿐이다. 아이디어를 짜내다가 절망하기를 반복하는 것이 요즘 그의 일과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재능을 높이 평가해주는 매력적인 여자, 데이지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자신을 매춘부라고 소개한 데이지와의 만남은 수 주 동안 지속되고, 조르주는 그녀가 풀어내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에서 영감을 자극받는다. 데이지의 도움으로 슬럼프에서 벗어난 조르주. 그는 어느덧 자신의 뮤즈가 된 데이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소설의 집필에 들어가게 된다.

조르주는 ‘북 오브 센스(Book of Sences)’라는 이름으로 완성된 자신의 신작 출판을 기념하는 파티에서 데이지를 기다린다. 그러나 참석을 약속했던 데이지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그녀가 사라지자, 데이지에 대한 감정이 사랑임을 확인한 조르주는 그녀의 행방을 찾지만, 그녀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상태라는 걸 깨닫는다. 데이지를 만나기 전처럼 다시 절망의 나락에 빠져들게 되는 조르주.

대체 데이지는 누굴까? 데이지란 이름의 매춘부, 소설가를 꿈꾸는 조르주...

제작노트

Production Note 1
클라우드 포르니에 감독이 직접 전하는 프로덕션 노트
소설을 쓸 때는 묘한 흥분을 느낀다. 희곡과 시도 써 보았지만 소설에는 그것들과는 다른 특별한 느낌이 준다. 자유의 표상이라고 하는 시조차 운율을 생각하다 보면 영감을 해치기 일쑤인 것이다. 이런 작가로서의 고민에서부터 'Book of Sences'는 출발했다.
"상상력이 고갈된 작가가 닳고 닳은 창부를 만나며 창작에 영감을 받게 된다."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소재이지만 개성 있는 필체로 풀어낼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작업을 진행하던 중, 불현 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 영화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앵티미스트 영화로 자유로운 소설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프랑스 쪽 공동 제작자인 Felix Leclerc에 대한 4시간 분량의 미니시리즈를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터였기 때문이다.
2003년 3월까지 촬영을 마치기 위해서는 2002년 8월 말까지 사전 작업이 완료하고 대본을 11월 말까지 완성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2002년 7월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Felix Leclerc 촬영 때문이었다.
제작자인 Marie-Jose Raymond가 촉박한 영화 제작에 동참해 주었다. 애초에 소설로 기획했던 Book of Sences가 영화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때가 내 생애 최고로 기쁨이 충만하고 상상력이 폭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신들린 듯 대본을 써 내려갔고, 캐나다의 영화 투자사와 개인 투자가들 덕분에 제작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또한 툭하면 바뀌는 행정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었다. 이 모든 문제를 퀘벡 영화 산업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Production Note 2
작품을 쓰는 내내, 나는 두 주인공에게 빠져 살았다. 소설가인 조르주 게렝과 창부인 데이지. 처음 소설로 쓰고자 했을 때부터 이 인물들에 대한 탐구를 했다. 그들의 살아온 환경, 심리, 그들만의 독특한 버릇 등. 이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최선을 다했다. 또한 이들이 사용하는 말투도 중요했다. 특히 데이지의 인생과 경험을 사실적으로 그려야 했다. 소설에서는 직설적이고, 천박한 말투는 조잡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여배우의 입을 통해 데이지는 매력적인 이야기꾼으로 탄생했다. 인물들은 영화 속에서 충격을 받고, 기뻐하고, 살아 움직인다. 작가가 창조한 2차원적인 인물들이 3차원에서 살아 숨쉬는 것이다. 마이클 포겟은 조르주에 완전히 녹아들어,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스크린을 압도하는 동시에 부드럽게 감싸 안을 줄 아는 배우이다.
만일 처음 계획대로 "Book of Sences"가 소설로 출판되었다면, 독자들은 저마다의 조르주와 데이지를 상상했을 것이다. 작가에게 영화가 선사하는 특별한 기쁨은 작가가 생각하는 인물의 외양을 정확히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 그래서 나는 관객들이 소설을 읽는다는 기분으로 "Book of Sences"를 봐 줄 것을 제안한다. 영화 속 영상과 구성, 여러 요소들이 책을 읽는 것 못지않게 관객들의 상상력을 북돋아 줄 것이다. (Claude Fournier, 2003년 8월 25일 파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