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겼다고 하기에는 조금 모자란 윌리엄 허트의 성공은, 낭만적인 영웅이나 액션 영웅보다는 복잡하고 결함이 있는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자신의 연기력을 쏟아 부은 결과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한 가지 특징으로 규정할 수 없도록 아주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어떤 인물을 연기하든 항상 완전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그가 출연하는 모든 영화에 큰 자산이 되었다. 허트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연기의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매사추세츠 주 터프츠 대학에 신학을 공부하러 들어갔다가 드라마를 공부하기 위해 뉴욕의 줄리어드 드라마 스쿨로 옮겼다.

그는 연극 무대와 「코작(1977)」 같은 텔레비전 시리즈에서 연기를 시작했고 켄 러셀의 「얼터드 스테이트(1980)」의 주연을 맡으며 영화에 데뷔했다. 그 영화에서 그는 정신 상태를 변화시키는 약물과 감각 박탈 실험을 통해 인간 진화의 단계를 거치는 과학자를 연기했다. 그가 처음으로 폭넓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로렌스 캐스던의 에로틱 스릴러 「보디 히트(1981)」에서 팜 파탈에게 조종당하는 욕정에 사로잡힌 변호사 역을 연기하면서였다. 이 역할은 80년대에 그가 「새로운 탄생(1983)」 같은 영화에서 인상적인 역할을 맡는 계기가 되었다. 허트의 최고의 명예는 평론가들의 높은 찬사를 받은 「거미 여인의 키스(1985)」에서 탁월하게 표현해 낸 동성애자 수감자 역할로 이 역은 그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 주었다.

그렇게 상승세를 타게 된 허트는 이후에도 몇 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작은 신의 아이들(1986)」에서 소리를 못 듣는 학생을 사랑하게 되는 교사 역으로 한 번, 그리고 「브로드캐스트 뉴스(1987)」에서 기만적인 리포터 역으로 또 한 번. 90년대와 21세기에도 허트는 계속해서 도전적인 역할을 맡았는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심리 스릴러 「폭력의 역사(2005)」에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마피아 보스 역이다. 또 한 번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그 역할은 그가 여전히 예리함과 진중함을 잃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