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내전 중에 조국을 탈출한 나파스(닐로우파 파지라 분)는 캐나다에서 새 삶을 살고 있다. 캐나다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중인 나파스는 아프가니스탄에 홀로 남겨졌던 여동생으로부터 개기일식이 있는 날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절망적인 편지를 전해 받는다. 나파스는 여동생의 자살을 막기 위해 칸다하르로 되돌아 가기로 마음먹는다. 혼자의 몸으로 칸다하르까지 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나파스'는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동생을 만나기까지의 여정을 테이프레코더에 직접 녹음하면서 위험천만한 사막여정에 오른다.

이란에서 칸다하르로 돌아가는 가족의 네 번째 부인으로 위장하기도 하고, 코란학교에서 퇴학당한 소년 칵(사도 테무리 분)에게 돈을 주며 칸다하르로 가는 길 안내를 부탁하는 등 낯선이들의 손에 의지해 여동생을 찾아간다. 중간에 우물물을 잘못 먹어 찾아간 임시병원에서 '나파스'는 미국계 흑인의사를 만나게 되는데, 사히브(하산 탄타이 분)라는 이름의 이 의사는 사실 소련과의 성스러운 전투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오게 된 무자헤딘(성전을 치르는 전사)중의 한사람이었다. 그러나 신을 찾아온 땅에서 본의 아니게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게 됐다는 사히브는 나파스가 칸다하르로 들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힘써준다. 결국 사히브의 도움으로 나파스는 적십자 막사에서 만난 한 남자의 안내로 칸다하르로 가는 결혼식 무리들과 섞여 마침내 칸다하르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녀 앞엔 여전히 죽음과도 같은 공포와 위협, 그리고 어느덧 태양과 달의 완벽한 합일인 개기일식이 펼쳐지고....

제작 노트

영화 <칸다하르>의 언니, 나파스 역을 맡은 닐로우파 파지라는 실제 아프가니스탄 망명자 출신의 캐나다 저널리스트이다. 여동생의 자살을 막기 위해 칸다하르로 되돌아 간다는 영화상의 설정은 파지라의 실화이다. 그녀 나이 16살 때, 가족들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파지라는 캐나다, 오타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조국의 여성문제에 관한 다큐제작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어느날, 캐나다의 그녀에게로 전달된 한 통의 편지 탈레반 정권의 가혹한 탄압에 못 이겨 우울증에 걸린 친구가 자살하고 싶다는 문제의 편지를 받게 된다.


파지라, 칸다하르로 돌아가다

자살하고 싶어하는 친구의 편지를 받은 파지라는 친구에게 희망을 주기위해, 친구의 죽음을 막기 위해 떠나온 조국,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결국 이란 국경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으로 잠입하려 했던 파지라는 국경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파키스탄으로 되돌아 오게 되자, 이란의 마흐말바프감독에게 자신과 동행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해줄 것을 부탁한다.


파지라, 마흐말바프 감독을 만나다

파지라를 만난 마흐말바프 감독은 당시 그녀를 도울 수 있는 여건과 방법이 없어 결국 후일을 기약하며 파지라는 다시 캐나다로 돌와와야만 했다. 1년 후, 마흐말바프감독은 캐나다의 파지라에게 연락을 취했고, 이제 아프가니스탄을 영화화할 것을 제안했다. 마침내 영화<칸다하르>가 나오기까지의 중요한 두 사람이 영화적 만남이 다시 이루어지게 되었다.
파지라는 <칸다하르>의 나파스가 되었고, 친구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자살하려는 여동생의 이야기로 만들어졌고, 영화 <칸다하르>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국경에서 1999년부터 2001년 까지 2년 여 동안의 제작기간을 통해 마침내 완성되어 2001년 깐느 영화제 공식 경쟁작 진출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마흐말바프 감독, <칸다하르> 촬영도중 울어버리다

<칸다하르>를 찍던 중 나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였다. 한밤중에 사막에서 플래쉬 불빛이 계속 움직이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막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보내는 불빛이었다. 우리는 그들이 콜레라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들인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들을 들쳐 업고 병원으로 갔을 때, 그들이 콜레라가 아닌 기아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들은 어디서건 언제건 볼수 있었다. 나는 식사를 할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우리 촬영팀은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용소에 약 한달간 식량을 공급하기로 하였다. 그곳에는 어린 아이서부터 80세 가량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약 400여명의 난민이 수용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 촬영팀은 그곳에내내 울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