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벽이 있는 마니는 한 회사에서 돈을 훔친 다음에는 신분을 바꿔 다른 회사로 옮기곤 한다. 젊은 기업가 마틴 리트랜드는 그녀가 다른 회사에서 절도한 사실을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며 경리비서로 고용한다. 마니에게 매력을 느낀 것. 그러나 그녀는 이를 무시하고 얼마 뒤 회사금고를 털어 잠적해 버린다. 도둑맞은 것을 발견한 마틴은 그녀의 행방을 추적하고 결국 그녀를 찾아내지만 그는 경찰에 넘기는 대신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그후 마틴은 마니가 심한 신경증에 시달리는 것을 알게 된다.


<마니>는 히치콕의 필모 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감성적이고 감동적인 영화로 평가한다.
타 작품들이 감동보다는 인간의 불편한 본능과 잠재의식을 들춰내는 작품만을 배출한 탓이지만 최근 최류성 멜로물에 비해서 오히려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히치콕이 힘을 빼고 멜로물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취지였을까.
또한 멜로에 상당히 서툰 히치콕 면모를 선보이듯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와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히치콕 역시 그 어색함을 느끼는지 간간히 장난치는 듯한 장면들도 등장하는 데 전체적인 형식은 미스테리 사이코 스릴러 외형을 띄고 있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히치콕의 순수한 애정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기도 하다.
여타 히치콕의 작품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강한 남성상의 등장이다. 도망과 굴욕의 이미지를 떠안았던 제임스 스튜어트에서 007 시리즈의 강하고 섹시한 남성 대명사 숀 코넬리가 주연을 맡았다. 남성미와 재력을 무기로 도벽에 사로잡힌 마니를 공갈협박하면서 옭아매는 데 역시나 히치콕의 캐릭터답게 강박증과 히스테리도 겸비하고 있다. 하지만 상처받은 마니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치료해주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히치콕의 첫 페르소나의 등장이 아닌가 추측을 해본다.
히치콕의 멜로물이라고 평가했지만 여타 멜로물과는 엄청난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마크(숀 코넬리)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자만심이 가득하며 포획된 동물을 다루는 듯한 편집증 증세까지 보여준다. 또한 음침한 눈빛으로 남성 결벽증에 시달리는 마니를 대상으로 성욕구를 채우기까지 한다. 윌리엄 와일러 <콜렉터>란 사이코 스릴러물이 오버랩되겠지만 묘하게도 이런 삐딱한 연애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 원인은 남성이 여성을 사랑할 때 느낄 수 있는 추잡한 감정들을 모두 끄집어 내면서 차후 마니에 대한 마크의 애정이 더욱 진정성있게 느껴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